지난 여름 남망산 디피랑을 다녀온 고객들이 방문 후 갈 곳이 없다는 푸념을 우연히 곁을 지나다 들은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두워지려면 8시가 넘어야 하고, 다 관람하고 나오니 9시가 훌쩍 넘어버리기에 그 시간에 맘 편히 갈 곳은 편의점밖에 없을 듯 싶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는 체류를, 일부는 발길을 돌려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관광객들이 생겨 날 수밖에 없다.
잡아둘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여서일까? 동피랑 벽화마을, 통영케이블카, 루지 등 통영 관광을 선도적으로 이끌었던 자원들을 모방한 것들이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열풍이 불었던 출렁다리 또한 매 한 가지다. 많은 지자체가 통영의 것을 모방했으니 우리도 다른 지역의 것 하나쯤 모방해서 우리 것으로 만들면 어떨까?
무엇을 모방할 것인가? 여수의 낭만포차를 모방해서 통영의 청춘포차로 만들고 싶다. 여수의 낭만포차는 낙후된 원도심을 살리기 위해 이순신광장부터 하멜 전시관까지 이어지는 오래된 항구를 정비해 지난 2016년 6월 17개의 포장마차로 개장했다. 매년 시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고, 사회적 약자와 청년을 포함해 1년 단위로 운영자를 선정하고 있으며, 호객행위나 영업시간 준수 등의 운영지침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이를 모방하여 통영 지역의 젊은이,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운영자를 선정하여 통영의 청춘포차를 만들고 싶다. 이미 순천은 푸드트럭 및 푸드 트레일 23대, 플리마켓 21개, 중고장터로 구성된 ‘순천만 달밤 야시장’을 지난 10월 1일부터 운영을 개시하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관광명소로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왜 청춘포차를 하고 싶은가? 통영에 거주하거나 거주하려는 젊은 층, 다문화 가정 등을 대상으로 작지만 도전해 볼 만한 직업을 제공하고자 함이다. 이와 동시에 통영이 유명 관광지이기는 하나 주간 관광에 편중되어 있고, 이상 고온 현상 등으로 인해 야간 관광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광객의 욕구를 충족시켜 관광지로서의 지속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색적인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누가 할 것인가? 가장 좋은 것은 관이 주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정확한 운영지침(메뉴 가격, 수익 배분, 주기적 위치 교환, 운영자 선정 등)을 만들어 관리가 용이하고, 시 차원에서 총괄 마케팅을 실시함으로써 운영의 효율화 및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관에서는 부지 제공 및 운영자 선정, 마케팅 등을 책임지고, 민은 실질적인 운영을 맡아서 하는 방법도 강구해 볼만하다.
어디서, 어떻게 할 것인가? 통영시가 가지고 있는 부지 중 바다에 근접하여 있고, 관광객들의 접근성이 좋은 부지를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기존 상권과의 이해관계로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면, 도심을 벗어난 지역도 나쁘지는 않지만 최소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가용으로 20분 이내의 거리에 있는 위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형태는 천막형 포장마차, 푸드트럭 또는 트레일러, 조립식 건물, 오픈형 나무데크 등 다양한 형태의 시설물 중에서 선택을 할 수 있으나 야간에 운영되는 시설인 만큼 가급적 추위나 비·바람 등은 피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운영자 선정은 가급적 청년을 기준으로 하되, 다문화 가정 등에 대한 배려도 해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개인의 운영권을 보장하되 하나의 시장 개념으로 운영을 하고, 정액 임대료나 운영자의 부담을 덜고 운영 위치상 유불리를 방지하기 위해 수익을 일정 비율로 나누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하다.
언제 할 것인가? ‘지금 시작하고, 나중에 완벽해져라’는 말이 있듯이 시작 시점을 최대한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여수가 낭만포차로 성공한 이유는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의 공이 컸다고들 한다. 그런 대중가요의 도움도 없고, 뒤늦게 모방하여 시작하는 통영의 청춘포차가 과연 성공하겠는가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람 개개인이 모두 다르고, 비약일지 모르나 똑같은 커피도 언제, 어디서 마시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아니 다르게 느낀다고 해야 정확하겠다. 그렇기 때문에 여수의 낭만포차와 통영의 청춘포차는 완전이 다른 느낌으로 와 닿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통영은 밤에 즐길거리가 없다는 것에 대해 뭐라도 해결책을 만들어 한 명의 관광객이라도 통영에 붙잡아두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알고도 하지 않는 건 결국 모르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밤을 지배하는 지자체가 관광을 지배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