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는 보육부담과 저출생의 늪에 빠져 있다. 2000년 전국 합계출산율이 1.48에서 2018년에는 급기야 1 이하(0.98)로 내려앉아 2020년에는 0.84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경남도내 18개 시·군 중 2020년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곳은 통영시(0.78)로 나타났다.
이처럼 급격한 저출생이 진행되는 가운데, 젊은 층은 일자리와 교육기회를 찾아 계속 지역을 떠나고 있고, 향후 30년내 많은 지방 소도시들은 사라질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우울한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출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조사결과(2019)에 따르면, 경제적 불안정과 양육·교육비 부담이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육과 교육 부담을 줄이고, 지역에서 걱정없이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갖추어야 함을 방증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보편복지 실현과 자녀양육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상급식과 무상교육 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오고 있다. 경남에서는 2011년 초·중·고에 대한 부분적인 무상급식을 시작으로 현재의 전면 무상급식으로 꾸준히 확대해왔다. 이제는 유치원까지 무상급식 실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월 학교급식법 개정으로 금년부터 유치원도 유아들의 먹거리 안전과 급식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유치원을 학교급식 대상에 추가하는 등 유치원 급식의 공공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각급학교의 무상급식을 통해 학생들의 교육복지 증진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는 바, 유치원 무상급식이 시행된다면 보육과 교육 부담이 경감될 것은 당연하다.
유치원 무상급식은 단순히 학교 무상급식을 완결하는 차원이 아니라, 심각한 저출생 시대에 유아 양육부담을 덜어주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보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공공의 연대를 강화하는 보편적 교육복지와 사회적 가치를 구현해가는 데 의의가 더 크다 할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경남을 비롯한 서울·부산·대구·경북을 제외한 시·도에서는 이미 유치원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고, 시·도 차원에서 실시하지 않은 부산·경북의 경우도 시·군·구 차원에서 유아 양육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적극적인 행정으로 유치원 무상급식을 실시하거나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통영시는 2020년 전국 합계출산율(0.84)보다 훨씬 낮은 0.78로서 경남에서도 가장 낮다. 청년과 젊은 층이 계속 지역을 떠난다고 걱정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경남도 차원에서 유치원 무상급식을 실시하기를 바라보고만 있을 때도 아니다. 급속하게 떨어지는 출산율과 인구유출은 복합적이고 다양한 요인에 기인하지만, 육아부담을 줄이기 위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좌고우면할 게 아니라 하나하나 조속한 실행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저출산 원인은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 하는 사회에 있음을 명심하고, 육아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사회적 기반을 갖추기 위해 유치원 무상급식 실시에 대한 통영시의 조속한 결단을 기대한다.